본문 바로가기
일상

아플땐 본죽이 최고에요

by 최star 2022. 3. 4.

아플 땐 본죽이 최고에요

 

 

 

 

어릴 때 몸이 안좋을 때면 엄마가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을 콩나물을 손질하는 것이었습니다

콩나물 죽을 끓이시기 위함이었는데 밋밋한 흰죽보다는 콩나물이 들어간 죽을 좋아하셨고 즐기셨기 때문이에요

 

콩나물이 거의 씹히지 않을 정도로 콩나물을 푹 끓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흰죽보다는 더 맛있고 영양에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죽보다는 밥을 좋아하고

몸이 안좋아서 죽을 먹어야 한다면 누군가가 끓여주는 죽을 먹는 게 가장 좋죠

 

혼자 지내게 되면서 몸이 안 좋을 때 몸이 안좋은 것도 서럽지만

죽을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에 늘 몸서리?를 쳤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본죽에 가면 종류별로 맛도 영양도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한 죽이 정말 많고

죽 한 그릇으로도 식사 대용이 되며 든든한 한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요

 

 

이제는 애써서 시간내서 직접 끓이거나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죽을 끓여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어요

 

 

그날 입맛 당기는대로 취향껏 골라서 사오면 되거든요

 

 

물론 몸이 아주 안좋을 때에는 흰죽이나 야채죽을 먹어야겠지만 낙지김치죽이나 전복죽. 단호박죽 등

보기만 해도 군침 돌고 맛있어보이는 죽 종류가 정말 많더라구요

 

 

어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거의 쓰러지듯 누워있으면서

어떤 음식도 먹을 힘도 없고 준비해서 먹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데

 

동생이 본죽에서 죽을 사올 테니 먹고 싶은 죽을 고르라는 거에요

 

처음에는 바쁜 동생을 오라고 하는 게 미안해서 거절했는데

극구 제안하며 계속 골라보라고 해서 본죽 메뉴를 보게 되었어요

 

 

없던 입맛도 돌아올 만큼 식욕을 자극하는 죽 종류가 많더라구요

그런데 속이 불편하고 안좋았어서 야채죽을 골랐어요

왠지 야채죽이라면 야채의 영양도 영양이지만 속을 편안하게 해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본죽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야채죽이라도 맛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동생한테 살짝 미안하기는 했지만 막상 메뉴를 주문하고보니 끝까지 거절하지 않고 죽을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을 먹든 무얼 먹든 일단 밥이든 죽이든 먹어야하는데 밥은 도저히 못먹을 것 같았거든요

속이 안좋아서 싹 비워내면서 입맛까지 함께 달아나버렸나봐요

 

 

기다리는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동생이 본죽 쇼핑백을 손에 들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왔어요

 

 

음식 포장 자체도 코로나 이전에는 거의 안했었고 코로나 이후에도 가끔 1~2번만 하는데다

죽 포장은 더더욱 해본적이 없던 터라 본죽 포장을 처음 보았어요

 

 

 

 

 

 

 

확실히 직접 방문해서 포장하는 게 깔끔한 건 있어요

배달을 시키면 이동하는 동안 음식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무래도 포장을 많이 하다보니

먹기 위해 포장을 뜯으려고 하면 뜯는데만도 한참이 걸릴 정도로 꽁꽁 싸매져 있거든요

 

 

그런데 직접 방문해서 포장을 해오다보니

깔끔한 용기에 담겨져서 뚜껑만 잘 닫혀 있습니다

 

꺼내서 뚜껑만 열고 바로 먹을 수 있어서 깔끔하고 편리해요

 

쇼핑백 안에는 작은 용기 안에 반찬과 죽이 분리되어 담겨 있었어요

특이한 건 죽이 들어있는 용기가 2개인 거에요

알고보니 1인분 양이 많아서 다 못 먹고 남길 것을 우려하여 2개의 용기에 나누어 담아주신 거였어요

 

 

센스에 엄지가 절로 세워졌습니다

 

아플 때 특히 몸이 안좋아서 입맛까지 없을 때에는 아무리 죽이라도 많은 양을 먹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런데 속을 비워 둘수는 없어서 죽은 먹어야하고요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속은 비우지 않으면서 무리하게 많은 양을 먹지 않아도 되어서 좋겠더라구요

 

 

먹어보니 용기 하나의 양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속이 따스해지면서 적당한 포만감이 올라오더라구요

 

 

반찬은 김치. 장조림. 젓갈. 동치미 4가지였는데

죽집 특유의 맛있는 시그니처 반찬들입니다

 

늘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소량이 담겨져왔어요

현장에서 먹을 때에도 그만큼 나오는 것을 알기에 적은 양의 반찬에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용기가 어찌나 깜찍하고 귀여운지 아픈 중에도 미소가 나왔어요

 

 

속을 달래기 위해 김치나 장조림. 젓갈은 잠시 넣어두고 동치미 국물에 야채죽만 먹었어요

한 입 떠먹는데 와아 너무 맛있어서 싹 달아났던 입맛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동치미 국물도 감칠맛이 나면서 계속 손이 가더라구요

 

 

덕분에 속이 편안해지고 불편했던 몸이 따스한 죽에 스르르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아플 때는 죽이 최고이고 본죽이 엄지척 입니다^^

 

 

다음 끼니까지 본죽 야채죽을 든든하게 먹고 덕분에 힘이 나서 몸도 빨리 회복했네요